2. 환상의 슈트

 

 

그 동영상을 모두 보았다.

정말이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사람이 그렇게나 변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게나 건장했던, 자신보다 등빨 좋은 그 서양남자가 청순하기 그지 없는 동양의 미인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하지만 그 동영상은 한번도 끊김이 없이 롱테이크 형식으로 한번에 찍은 것이었다.

그냥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은 것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갔다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손치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는 쉬이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캐리어에서 꺼내 바닥에 펼쳐놓은 물건들을 가만히 살펴 보았다.

동영상에서 그녀가 말했던 대로 거기에 등장했던 물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가방의 안쪽에 숨겨진 주머니에서는 그 영상에서 말한대로 빳빳한 5만원권 지폐가 한 가득 쏟아져 나왔다.

세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말한대로 족히 천만원은 되어 보였다.

왜 그녀는 나에게 이 물건들을 건네 준 것일까?

 

솔직히 그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여장 메니아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여장 사이트를 등록해놓고 매일 같이 다른 사람의 여장한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일고 거기에 댓글을 달고 젊었을 때에는 직접 그런 사람들과 교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직접적인 교류는 거의 끊어지고 지금은 그냥 인터넷으로 자료만 보면서 즐기는 수준이었다.

아마 그 여자는 이런 그의 성향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일까?

이런 도구와 거금을 아무 조건없이 건네줄만한 사람이 그의 머리에서는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몇 명 예전에 같은 성향의 사람들 얼굴이 떠오르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자신에게 이런 것들을 그냥 넘겨줄 만한 인물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벌써 10년 이상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서야 나를 찾아와서 이런 것들을 넘겨줄 인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동영상에서 조만만 만나게 될 거라고, 그리고 한 번 자신을 찾아 보라는 말까지 했었다.

그 말인 즉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주변에 그녀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누굴까

그는 자기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지만 이 사람이라고 짐작되는 인물은 없었다.

하긴 그렇게 완벽한 변장이고, 아까 저녁에 태우고 한 참 이야기를 나눴어도 그게 변장인 줄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할 지경이니 알아보기는 매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피곤이 밀려들어왔다.

평소라면 벌써 자리에 들었을 시간이었다.

그는 바닥에 펼쳐진 물건들을 챙겨서 케이스에 도로 집어 넣었다.

옷가지들을 집어 넣고 갖가지 약통과 가발도 집어 넣다가 아까 영상으로 보았던 것과 똑같이 생긴 마스크를 집어 넣다 말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정말이지 생동감 넘치는 마스크였다.

정말 이걸 뒤집어 쓰면 나도 그 남자처럼 변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자리에 누웠다.

피곤이 밀려들어왔지만 그는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영상으로 본 그 서양남자의 변신하는 모습들이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렇게 뒤척이면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느즈막히 일어난 그는 얼굴을 씻으며 거울을 보았다.

부시시하고 푸석푸석한 얼굴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뜨거운 물로 얼굴을 지지고 스킨 로션을 쳐 발라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 이 후즐그레한 얼굴.

그런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어제 보았던 영상이 떠올랐다.

여기에 비하면 어제 그 서양남자가 변신했던 여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었다.

나도 정말 그 도구를 쓰면 똑같이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일까?

솔직히 그는 자신의 이 얼굴, 이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푸석푸석하고 거칠고 사납게 보이는 얼굴하며, 이제는 늘어진 뱃살.

한 때 식스팩을 만들겠다며 열심히 헬스장도 다니기도 했지만, 식스팩 또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또한 여장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도구는 여장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도구가 아닌가?

 

그 가방에는 지금 당장 변신할 수 있는 도구가 가득했다.

옷들도 하나같이 이쁘고 맘에 들었다.

저 옷에 걸맞는 모습을 하고 당당하게 밖에 나가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여자로서 거리를 걷고 커피숍이나 들어가서 커피도 마시고 싶어졌다.

흔히 예쁜 여자들이 멋진 장소에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은 풍경이라고 한다.

자신이 바로 그런 좋은 풍경을 만드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 아닌가?

 

그는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카메라를 연결시켰다.

그리고 어제 봤던 동영상 외에 다른 것들도 살펴 보았다.

거기에는 그 변신 슈트를 사용하는 방법 및 주의 사항들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대충 읽어 보니 충분히 감이 잡혔다.

생각 외로 어렵지 않았다.

어떤 특정한 사람의 얼굴로 변신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 동영상에는 심지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와 똑 같은 얼굴과 몸으로 변신하는 장면도 있었다.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물론 특정인과 똑 같은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은 상당히 능숙한 실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냥 여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은 수축액을 써서 조작하지 않고 그대로 입기로 했다.

그 전에 욕탕에 뜨거운 물을 담고 햐얀 분말가루를 부어 놓았다.

일러준 대로 용량을 맞추어 뜨거운 물 속에 잘 섞이도록 휘저었다.

한참을 휘젓고 보니 물은 마치 스프처럼 걸죽해졌다.

동영상으로 볼 때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거였다.

아무래도 이것이 슈트 속으로 흡수되어 지방조직처럼 변하기 때문에 그런 듯 했다.

 

준비를 마치고서 그는 슈트를 입을 준비를 했다.

그는 이걸 입고 난 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정말 궁금했다.

우선 알약부터 먹었다.

그리고 동영상에 나온 대로 전신 슈트를 꺼내 입기 시작했다.

자꾸 슈트와 피부가 붙는 바람에 생각보다 입는 게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오일을 바르지 않았다.

다행히 그는 욕실에 오일을 놓고 있었다.

그는 슈트를 입다 말고 욕실로 뛰어가 오일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오일의 향기가 방 안 가득 퍼졌다.

그 다음 슈트를 입으니 아까와는 달리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슈트의 손가락과 자신의 손가락을 딱 맞추었다.

슈트의 손은 자신의 손보다 많이 작았다.

거기에 억지로 집어 넣으니 슈트가 매우 팽팽해지면서 손을 바싹 조였다.

생각보다 무지 갑갑했다.

하지만 피부빛이 달라지는 것 만으로도 이전에 거칠고 뭉뚝했던 자신의 손과는 완전히 달라 보였다.

섬세하고 매끄러워 보이는 게 벌써 여자의 손이 된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진짜 여자처럼 가늘고 날렵해지기라도 하면 얼마나 예뻐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손을 좀 오물락 조물락 해보았지만 팽팽하게 조이는 가죽 때문에 쉽지 않았다.

곧바로 그는 가죽을 끌어올리고 팔을 집어 넣었다.

이어서 마스크를 썼다.

입술 부분을 맞추고 그 다음 눈꺼풀 부분을 맞추었다.

그런데 눈꺼풀 부분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꽤나 어려운 작업이었다.

거울을 보면서 한 쪽 눈을 감고 감은 쪽 눈꺼풀 위로 마스크의 눈매부분의 얇은 막을 붙이고 나서 눈을 떠 보면 눈매가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딱 속눈썹 바로 위에 정확히 경계선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간신히 한 쪽 눈을 맞추고 다음에 다음 눈에 가죽을 붙이면 이번에는 짝눈이 되었다.

그는 안절 부절하면서 끈기 있게 가죽을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맘에 쏙 드는 눈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원래 자신의 눈보다는 조금 큰 눈이 되었다.

 

그렇게 마스크와 슈트를 입고 난 뒤 이번에는 여자의 하복부를 흉내낸 거들을 꺼내 입었다.

자신의 주니어를 거들 내부의 관에 집어 넣고 바싹 당겨 입었다.

이로서 그의 주니어의 모습은 일단 사라지고 조금은 여성스러운 하복부가 되었다.

그가 보기에는 이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여성스럽게 보였다.

몸매의 윤곽은 남자 티가 나지만 어느 정도는 입은 것만으로도 약간은 여성스러운 곡선을 가지게되었고 일단 피부가 뽀얗게 되니 이 정도로도 충분히 여장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옷을 차려 입으면 여기저기 이상한 구석이 많이 보이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자기 위안 정도는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팽팽하게 늘어나서 반들반들 거리는 가죽 때문에 마치 잘 만들어진 마네킹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움직이는 마네킹이라고나 할까.

 

이제 욕탕 속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작업을 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려서 탕 속의 물은 이미 미지근하게 식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뜨거운 물을 조금 더 넣고 휘저었다.

그 다음 욕조 속에 몸을 담갔다.

몸을 담그니 조금은 짜릿하면서 몸이 가볍게 떨렸다.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가죽 슈트가 조여들기 시작하면서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억지로 몸을 우그러뜨리면서 뼈마디 관절을 우그러뜨리는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는 몸을 이리저리 꼬면서 어떻게든 고통을 견뎌 보려고 했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고통이 있을 거라고 동영상에서 여자는 충분히 경고했고, 미리 진통제까지 먹어 두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그는 동영상에 나왔던 남자처럼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 오무라들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이쪽으로 저쪽으로 마구 몸을 뒤 흔들었고 물이 마구 욕조 밖으로 흘러내렸다.

다행히 고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 뒤 조금씩 고통이 사그라들면서 그의 몸은 욕조 속에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는 긴 한숨을 내 쉬면서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욕조 속에 몸을 담그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숙였을 때 자신의 가슴에 낯설은 살덩이가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자의 젖가슴이었다.

젖가슴 꼭데기에는 두툼한 단추 같은 유두도 붙어 있었다.

그는 가만히 그 젖가슴을 만지고 유두도 건드려 보였다.

예전에 사겼던 여자의 젖가슴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훨씬 이쁘게만 보이는 젖가슴이었다.

그 부드러운 느낌이나 탱글탱글한 모습은 진짜 여자의 가슴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다.

다만 신경이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슴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이 없는 건 조금 아쉬웠다.

뭐 내가 진짜 여자가 된 건 아니니까 상관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겉모습 만큼은 완벽한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여자들 틈에서 벌거벗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거고, 이 모습이라면 여자목욕탕 같은 데도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욕조에서 일어나 샤워기로 몸을 구석 구석 씻었다.

그의 온몸에는 수축액이 여기 저기 달라붙어 있었다.

샤워를 하면서 그는 자신의 욕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전보다 더 커 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자신의 키는 실제보다 10여 센치는 더 작아진 것 같았다.

아마도 그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샤워기가 매달린 높이도 전보다 높게 느껴지고 천정도 높아 보였다.

몸이 변하니 자기가 살고 있는 익숙한 집안 풍경도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는 몸을 씻으면서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발그레하면서도 부드러운 피부 위로 흐르는 물줄기들이 새삼 아름답게 보였다.

그는 샤워를 하면서 자신의 젖가슴 속에 비치는 실핏줄들을 보았다.

분명 자신의 핏줄이 아닌 가짜 핏줄일 텐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여기에 상처가 나면 바로 빨간 피가 주르륵 흐를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자신의 가슴에 달린 젖가슴은 생생하고 파릇파릇했다.

샤워를 마치고 그는 욕실 벽에 달린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완벽해.

그리고 정말이지 예쁘다.

 

이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익숙한 자신의 몸과는 완전히 다른 아담한 체구였다.

폭 껴안아 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만큼 가녀린 몸매.

나이 들어 늘어지던 피부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치 10대 소녀처럼 탱탱하면서도 발그레한 피부는 정말이지 꼬집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게 보였다.

어느 구석 군살 하나 없는 탱글탱글한 몸매였다.

정말이지 마음에 쏙드는 몸이었다.

이런 몸매를 가지고 싶었어.

그는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다리 사이를 살펴보았다.

영락없는 여자의 그곳이었다.

소변구멍과 보지도 그럴 듯 해 보였다.

질을 벌려 그 안을 살펴봐도 진짜 여자의 질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 질 속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부드러우면서 착 달라붙는 질 내부의 감촉이 매우 기분 좋았다.

게다가 꽤 깊이까지 들어간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거들을 입고 모든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렇게 깊숙한 질이 생겨버린 것이다.

이 정도라면 다른 남자의 물건도 충분의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질을 헤집어도 쾌감은커녕 특별한 감각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지만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감촉은 정말 그럴 듯 했다.

느끼는 척 신음 소리도 내주고 그러면 상대 남자는 절대로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말이 사실일 것만 같았다.

다만 질 안에 손을 집어 넣어도 끈적끈적한 느낌이 없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그건 이 안에 윤활액을 집어 넣으면 될 것이다.

그러면 진짜 감쪽같아지겠지.

 

이제 이 몸에 어울리는 치렁치렁한 긴 생머리의 가발만 붙이면 완벽한 여자의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방으로 돌아와 가방에 들어있는 가발 중에서 가장 긴 가발을 꺼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반들반들한 머리에 가발을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냥 씌우기만해도 착 달라붙어서 쉬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사불여튼튼이라고.

다시 가발을 벗고 안쪽에 전용 접착제를 가볍게 발랐다.

그리고 다시 가발을 쓰니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붙어서 머리카락들을 손으로 잡아 당겨도 진짜 머리카락인양 벗겨지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보았다.

그리고 그 머리카락의 뿌리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만 세상에나..

그 뿌리 부분에는 진짜 사람의 머리카락과 흡사하게 모낭까지 붙어 있었다.

설마 진짜 모낭인가 싶을 정도로 감쪽같았다.

이러면 누가 머리카락을 뽑아봐도 가발인 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가발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낭까지 붙어 있을 정도면 이 머리카락 또한 진짜 머리이거나 진짜 머리카락과 아주 똑같게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사실 그 동영상에서 여자는 이 가발을 쓰고 미용실에 다녀와도 미용사들이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고 한 적이 있었다.

미용실은 물론이고 맛사지를 받아도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럼 오늘 미용실이나 다녀올까?

 

그 다음 그는 목소리를 변조할 준비를 했다.

영상에서 보았던 비닐도 가방 안에 있었다.

그는 그 걸 꺼내 머리에 뒤집어 쓰고 목으로 쑤욱 잡아당겼다.

가볍게 늘어난 비닐은 별다른 조작없이 목에 착 달라붙어서 거의 티도 나지 않았다.

그러고는 바로 목소리를 내 보았다.

 

“아, , 안녕하세요.

 

놀랍게도 그의 목소리에서 난 소리는 청아하게 울리는 여자의 목소리 그대로였다.

전혀 목젖을 울리지 않고 바로 소리가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정말 신기했다.

완벽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는 일부러 웃어 보았다.

진짜 여자처럼 간드러지지는 않지만 제법 그럴 듯한 웃음 소리였다.

아무래도 연습이 좀 필요할 듯 싶었다.

 

이제 그는 완벽한 여자의 모습과 목소리를 손에 넣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가방에 담긴 옷가지를 꺼내 어느 것을 입을지 고민했다.

그런데 처음 봤을 때는 꽤나 옷이 많은 것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 여자가 되어서 고르려고 하니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웨터 한 벌에 원피스 그리고 캐주얼한 옷 두 벌, 속옷은 여러 벌 있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긴 조그만 가방에 옷장에 있을 만한 옷들이 한 가득 들어 있을 리는 만무했다.

일단 속옷부터 입기로 했다.

그는 핑크색의 도트 무늬가 새겨진 팬티를 골랐다.

더 화려한 무늬의 팬티도 있었지만 처음이니까 조금은 단정한 스타일을 입고 싶었다.

뭐 돈도 충분하겠다.

오늘 나가서 쇼핑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같은 무늬의 브레지어를 꺼내 입었다.

고리 안에 팔을 집어 넣고 팔을 뒤로 돌려 후크를 채웠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팔이 쉽게 등 뒤까지 넘어가는 것을 눈치챘다.

지금까지 손이 등 뒤의 한가운데까지 넘어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은 별 무리 없이 등 한가운데도 쉽게 닿았다.

몸이 상당히 유연해 진 것 같았다.

전신 슈트가 이런 것까지 바꿔주나 싶었다.

 

그리고나서 그는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슬림한 스키니 청바지를 입었다.

허벅지와 무릎 부근이 살짝 헤진 데가 있는 스키니였다.

이런 청바지, 전부터 진짜 입고 싶었다.

사실 그는 치마보다도 청바지가 더 좋았다.

쫙 달라붙어 하반신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그런 청바지를 입은 여자를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나도 저런 옷을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면서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남자치고도 굵은 허벅지와 종아리 때문에 그는 항상 통이 넓은 바지만 입곤 했다.

그런 스키니한 청바지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는 이런 청바지도 아주 맵시있게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청바지를 입고 자신의 허벅지와 종아리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다리가 생각보다 훨씬 얇고 가느다랗게 보였다.

발목 부분은 예전 자신의 팔뚝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정도로 무진장 얇게 변해 버렸다.

게다가 하나도 휘어지지 않고 일자로 쭉 뻗은 다리는 더할 나위 없이 상큼했다.

사실 그의 다리는 조금 많이 휘어진, 흔히 말하는 O자형 다리였다.

그러던 그가 이렇게 상큼한 일자 다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허벅지와 종아리에 착 달라 붙은 바지를 보면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

게다가 보기 좋게 튀어나온 허벅지와 무릎 아래로 가볍게 들어간 다리로 이어지는 곡선은 정말이지 보기 좋았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여자의 실루엣 선이었다.

 

그리고 엉덩이 부분도 쳐진 구석 하나 없이 탱탱한 것이 웬만한 여자보다 예뻤다.

아마 이렇게 하고서 밖에 나가면 진짜 여자들이 보고 질투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사실 이렇게 이쁘고 탐스러운 히프는 사진으로 밖에 본 적이 없을 듯 싶었다.

밖을 나가면 이쁘고 늘씬한 여자가 많다지만 이렇게 완벽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진짜 드물거라고 생각했다.

빨리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이어서 그는 남자 얼굴이 여러개 프린트된 티를 입었다.

별로 여성스럽지 않은 스타일이라서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이렇게 입고 거울을 봤을 때 그는 입이 쩌억 벌어졌다.

이쁜 여자는 뭘 입어도 이쁘다는 말은 지금 그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별로 여성스럽지 않은 차림이었지만 지금의 그의 모습은 수수한 듯 하면서도 묘한 섹시미가 흘러나왔다.

옷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그의 얼굴과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아직 화장 하나 하지 않은 소위 민낯의 모습이지만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제 화장을 해볼까?

다행히 가방 안에는 간단한 화장도구들까지 있었다.

정말이지 변신도구 일체가 총 망라되어 있는 완벽한 가방이었다.

그는 젊었을 때 조금 화장을 해본 적이 있었다.

어릴 때에는 덩치도 작고 제법 이쁘장해서 여장을 하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한창 여장에 빠져있을 때 스스로 화장도 해보기도 해서 화장 자체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하는 화장인지라 좀 힘들기는 했다.

조금은 악전고투하고 크린싱으로 지웠다 그렸다를 반복하면서 그는 어느 정도 맘에 드는 얼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뭐 앞으로 익숙해지면 자유자재로 화장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 끝났다.

드디어 이 모습으로 밖에 나가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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